교통사고 보험금 지급에 대한 감액 및 면책약관 해당 여부의 고의성 판단 기준
얼마 전 A씨는 새벽에 음주상태에서 안전띠를 매지 않고 도로에서 운전해 가다가 중앙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2차로에 정차하고 있었다. 그런데 뒤따라오던 승용차에 의해 추돌사고가 났고, 이 사고로 A씨는 두개골 함몰, 빗장뼈 골절 등의 상해를 입었다.
B화재해상보험과 자동차종합보험계약 맺은 A씨는 자기신체사고 보험금 4500만원의 지급을 청구했다. 그러나 B화재는 “A씨가 사고 당시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았으므로, 보험계약의 감액약관에 따라 20%를 감액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에 A씨는 보험사를 상대로 보험금 청구소송을 냈다.
해당 보험사의 보험약관에는 “피보험자가 사고 당시 탑승 중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은 경우에는 자기신체사고 보상액에서 운전석과 옆좌석은 20%, 뒷좌석은 10%를 자기신체사고 보험금에서 감액한다”는 ‘감액약관’이 있었다.
▶고의로 인해 발생한 것 아니라면, 보험금 지급할 의무 있어
이에 대해 1심과 2심 재판부는 감액약관을 인정하여 “보험사는 A씨에게 감액약관에 따라 20%를 빼고 보험금 36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안전띠를 매지 않고 운전하는 운전자는 사고발생 내지 상해에 대한 고의는 없더라도 최소한 ‘교통사고가 발생해 손해가 확대되더라도 어쩔 수 없다’는 손해확대에 대한 미필적 고의는 있다”면서 감액약관이 유효하다고 밝혔다.
‘미필적 고의’란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어떤 범죄결과의 발생가능성을 인식(예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의 발생을 인용(認容)한 심리상태를 말한다. 하지만 대법원 제3부는 상고심(2012다20XXXX)에서 원심을 깨고 ‘감액약관은 무효’라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
법원은 “원고가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은 것이 보험사고의 발생 원인으로서 고의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감액약관은 상법 규정들에 반해 무효”라면서, “상법 제732조의2, 제739조, 제663조의 규정에 의하면 사망이나 상해를 보험사고로 하는 인(人)보험에 관해서는 보험사고가 고의로 인해 발생한 것이 아니라면, 비록 중대한 과실에 의해 생긴 것이라 하더라도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감액약관 및 면책약관에 해당여부에 대한 고의성 판단기준
이러한 대법원의 판단에 대해 법률사무소 지원의 박철환 대표변호사는 “피보험자인 운전자가 고의로 교통사고를 발생시킨 것이 아니라면, 비록 안전띠를 매지 않았더라도 보험금을 감액할 수 없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박철환 변호사는 “감액약관이란 보험사고인 상해가 발생했더라도 보험사고 외의 원인, 즉 안전띠 미착용과 같은 피보험자의 사정으로 인해 본래의 보험사고의 상해 이상으로 그 정도가 증가했을 때 보험사고 외의 원인으로 생긴 부분을 감액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고의성의 판단 기준이라고 하겠다. 박철환 변호사는 “안전띠를 매는 것이 불편해서 안하는 것은 안전띠에 대한 고의일 뿐, 상해나 사망에 대한 고의는 아니라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음주운전이나 무면허 운전에 대한 면책약관이 있더라도 음주운전을 한 고의, 무면허 운전을 한 고의성에 대해 일부러 다치기 위해 즉 사망이나 상해에 대한 직접적인 고의가 없었다면 면책약관도 무효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박철환 변호사는 “최근 교통사고 피해자가 보험회사에 지급신청을 했을 때 여러 가지 이유로 지급을 해주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아 보험사를 상대로 한 소송이 늘고 있다”면서, 일반인이 보험사를 상대로 소송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관련법에 대해 잘 알고 법리해석과 분석이 뛰어난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